다큐멘터리 – 메구로 가조엔-을 보고
과목 : 한국 전통 미술의 이해
학과 : 컴퓨터학과
학번 : 99200219
이름 : 변증현
메구로 가조엔… 일본의 한 연회 건물이다. 다큐멘터리는 이 낯선 건물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건물은 1931년 ‘호소카와’라는 일본인에 의해서 지어졌다. 서민들도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졌다. 호소카와가 선택한 예술품은 조선 나전 칠기였다. 이를 위해 조선에서 많은 장인들을 불러와서 공사를 시작했다. 작은 재떨이에서부터 방 한 쪽 면을 다 채우는 작품까지 메구로 가조엔은 온통 아름다운 나전칠기로 장식되어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들은 작품에 이름조차 남기지 않았다.
오늘날 호소카와의 후손이 메구로 가조엔을 12층 현대식 건물로 새로 지으면서 다시 한국에서 전용복을 비롯한 많은 장인들을 불러와서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그들은 합숙을 하면서 무섭게 일을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치쿠하’라는 방이다. 방문자체가 1m가 넘는 새우 모양 자개이고 안에 들어가 보면 한쪽 벽면과 천장이 모두 나전 칠기로 되어있다. 규모도 그렇게 어마어마할 뿐 아니라, 두루미의 깃털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표현했다. 이밖에 23.7m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나전 칠화도 여기에 있고 이 건물의 엘리베이터 문조차도 자개로 되어있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예술 작품을 보면서 입안이 씁쓸해지는 이유는 뭘까? 이 건물이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아니 저런 작품을 만들어낸 장인들이 우리나라 장인들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속이 쓰렸을까? 저렇게 훌륭한 솜씨를 가지고도, 저런 건물이, 저런 작품이 우리나라에 없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해야하나? 과연 메구로 가조엔을 우리나라 장인들이 만들었다고 우리나라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아니다. 주인은 ‘호소카와’의 후손이다. 누가 만들었던간에 그 작품들은 일본에 있고 일본인의 것이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마지막에 ‘문화는 만드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의 것’이라고 한다. 문화에서도 수요에 따라 공급이 좌지우지된다. 조선시대말, 아니 임진왜란 이전부터 일본인들은 우리 문화에 주목했고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통해 계획적으로 기술자와 문화재를 일본으로 가져가서 자기네 문화에 흡수시켰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우리 문화에 별 관심을 쏟지 않았고 조선말에 들어서는 쏟아져 들어오는 서구문명을 받아들이기 바빴다. 결국 오늘날, 더 우수하고 훌륭한 기술을 갖고 있던 도자기와 나전칠기는 일본의 흡수와 적극적인 해외 홍보로 일본의 효자 문화 수출 상품이 되었다. 나라와 국민의 무관심 속에서 일본 문화의 발판만 되어준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을 미워하기에는 우리 탓이 더 크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관심이 없었더라면 우리 문화는 더 아름답게 폈을까?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무관심 속에 그냥 사라져 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어 지금이라도 우리 문화의 주체성을 갖고 깊이 향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먼저 적극적으로 즐길 때, 살아있는 전통문화가 꽃 필 수 있는 것이고 이렇게 문화가 꽃 필 때, 문화 선진국으로서 문화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럴만한 재주가 있는 민족이다. 새로 뽑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에서도 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적극지원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