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중앙 박물관’을 다녀와서…

 

국립 중앙 박물관




컴퓨터학과


99200219


변증현




이번 여름 방학 때, 친구를 따라 세종로에 갔다가 광화문 안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실로 조선 총독부 건물이 철거되고 처음이었다. 중학교 때였나? 학교에서 견학 간 이후 처음으로 조선 총독부 건물이 없는 경복궁을 볼 수 있었다. 비로소 탁 트인 것 같았다. 인왕산도 보이고 북악산도 보이고… 그전에는 조선 총독부 뒤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무엇이 있는지 전혀 몰랐었다. 부끄럽게도 경복궁도 가본 적이 없었다. 국립 중앙 박물관(당시 조선 총독부 건물)을 다 보고 나면 꼭 경복궁 관람시간이 끝났었다. 그러나 이제 탁 트인 시야에 안보이던 것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경복궁 서편에 새로 지어진 국립 중앙 박물관도 그 때 알았다. 시간이 없어서 그때는 그냥 돌아갔지만 다음에 꼭 한번 들려야겠다고 생각했었다. 2학기가 개강하고 교양으로 ‘전통 미술의 이해’라는 과목을 듣는데 리포트가 전시관을 관람하고 감상문을 써오는 것이었다. 나는 ‘옳다구나!’ 국립 중앙 박물관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경복궁은 ‘근정전’이 보수 중이었다. 꼭 한 번 가 볼 생각이다.)




이전 박물관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너무 작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어째 통일 신라 이후 고려, 조선시대 전시가 따로 없었다. 대신 고려자기, 회화, 역사 자료 등 주제별로 전시가 되어있었다. 새로 용산에 국립 중앙 박물관을 짓는다니 그때 다 전시되겠지… 하고 생각하고 관람을 시작했다.




2층 석기 시대부터 통일 신라 시대까지 주욱 훑고 지나갔다. 수업시간에 들은 것이 있으니 혹시나 산수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대신 다른 몇몇 유물들이 내 눈을 잡아끌었다. 특히 ‘낙랑 금제 허리띠 장식’은 절대 잊을 수 없다. 다른 유물들은 변색되고 손상되어 세월의 때가 묻어나지만 ‘낙랑 금제 허리띠 장식’은 그 오랜 세월에도 변함  없이 찬란한 금빛을 발하고 있어 전시관에서도 눈에 확 들어 왔다. 가까이 가서 보니 디자인과 모양도 오늘날의 것에 전혀 뒤떨어짐이 없이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더 놀라운 것은 허리띠 장식 뒷벽에 사진이 붙어 있었는데 허리띠 장식을 확대 촬영한 사진이었다. 실물은 너무 작아서 눈치 채지 못했지만 사진으로 보면 그 허리띠 장식에는 눈으로 보일까 말까한 미세한 금 구슬이 촘촘히 박혀 있는 것이었다. 내 생각에는 오늘날에도 하기 힘든 엄청난 기술이다. 몇 천 년 전에 우리 선조들이 그렇게 작은 금구슬을 만들고, 또 그것을 촘촘히 박아 넣는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그밖에 교과서에 나오는 여러 유명한 유물들을 보면서 진품인지가 의심스러웠다. 그전에 박물관에 올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몇 천 년 전에 만들어진 물건들이 아직까지 보존이 잘 되어서 이렇게 전시되어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복제품이 아니면서 이렇게 온전하게 전해질 수 있는지가 믿기지가 않았다. 그리고 국보와 보물을 보면서 이렇게 귀한 것들을 이렇게 전시해도 되는지가 궁금했다.


2층에서 ‘고려․조선의 대외교류’라는 특별전이 하고 있었다. 규모는 그다지 크지는 않았지만 ‘한국 역사와 국제적 환경’이라는 교양과목을 들었었는데 그 과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1층으로 내려오니 경복궁 모형이 두개가 보였다. 일제 훼손 전․후 모습이었다. 정말 가관이었다. 우선 총독부가 세워지면서 주위 건물들은 모두 밀어버리고 공원을 만들었고, 광화문도 동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세종로의 행정 건물들은 모두 ‘신식’건물들로 바뀌어버렸다. ( 그 ‘신식’ 건물들이 좀 대단한 것들을 갖다 놓은 줄 알았는데 보험회사, 경찰 연습소 같은 한심한 것들이었다. ) 더 기가 막힌 것은 경복궁 뒤 북악산에 조선 총독관저가 들어섰다는 것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1층은 도자기와 회화, 금속 공예로 나뉘어져 있었다. 아름다운 고려청자의 빛깔과 재밌는 연적들의 모양을 감상하는데 몇몇 생각 없는 관람객이 플래쉬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는 바람에 김빠진 채로 도자기관을 나왔다. 드디어 회화관. 수업시간에 배운 것 좀 보려고 기대했는데 그림도 몇 점 없고 유명한 그림도 별로 없어서 실망했다. 다만 겸재 정선의 그림 몇 점으로 위안을 삼았다. 수업을 듣고 보니 이해가 더 잘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들어 온 것은, 다른 유물에 비해 회화 관리가 어려운지 다른 전시관에서는 안보이던 기계가 작동되고 있었다. 금속 공예도 보고 지하의 역사 자료들과 기증 전시실도 모두 보았다.




새로 지은 국립 중앙 박물관은 관람도 쉽고 편의 시설도 많고 재밌게 잘 꾸며 놓았다. 그러나 규모가 작아 조금 빨리 돌아보니 두 시간이 채 안 걸려서 아쉬웠다. 고려․조선 시대관도 없었고… 그리고 관람객들이 주말이라 많아서 그랬는지 너무 정신없고 무질서 했다. 아이들도 많고, 사진도 찍고, 쓰레기도 버리고… 좀더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쉬웠다. 산수화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것도 내내 아까웠다. 빨리 용산에 새 중앙 박물관이 지어져서 많은 유물들을 전시했으면 한다. 그리고 현재 경복궁과 세종로의 모습도 어떤지 궁금했다. 또 어떻게 바뀔지… 또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