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田 이상범의 眞景山水

 

靑田 이상범의 眞景山水




컴퓨터학과


99200219


변증현




교수님의 추천도 있고, 수업 시간에 들은 내용을 직접 겪어 보고 싶어서 시간이 나는 대로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 ‘청전 이상범의 진경산수’를 보러 갔다. 원체 살아오면서 이런 문화생활은 거의 접해 보지를 않았는지라, 갤러리들이 들어서 있는 골목조차 왠지 나에겐 낯설었다. 건물도 하나 같이 개성 있고 그 나름의 멋을 지니고 있었지만 왠지 폐쇄적인 느낌이 들었다. 정말 이런 곳은 내가 다닐 곳이 아닌, ‘다니는 사람들’만 다니는 곳 같았다. 그러나 교수님의 말씀대로 기죽지 않고 맘껏 관람하고 나왔다.




관람을 하고 나왔을 때, 어떤 엄청난 감동을 받고 나오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졌다고나 할까? 뭐, 갤러리라는 것의 분위기가 그런 것이어서 그런지는 다른 갤러리를 별로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음이 그러했다. 내 생각에는, 어쩌면, 그림 속에서 뒷짐 지고 우리나라의 산천을 둘러보며 바람을 쐬고 와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야트막한 산세와 맑은 개울, 그리고 조그마한 움막집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농부 부부. 우리나라 산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장면이다. 우리 눈에는 너무 흔해서 신경도 쓰지 않던 우리 산천의 아름다운 모습을 작가는 놓치지 않고 화폭에 맑고 정감 있게 담아냈다. 붓 터치도 세세하고 부드럽고 서정적이다. 붓이 제멋대로 가는 듯하지만 적절하다. 청전의 그림을 본다는 것은 청전의 눈으로 아름다운 우리 산천을 둘러보는 것이다. 그래서 청전의 작품을 보고 나서 동네 뒷산으로 바람 쐬고 온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청전의 그림을 보면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림 속에서 움막과 사람 찾아내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 하는 것 같았다. 거북이 등껍데기 같이 낮게 깔린 지붕, 지게를 진 농부와 물동이를 인 아낙은 산천 속에 어우러져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청전의 작품 대부분이 이런 친근한 산촌을 그리고 있어서 그 그림이 그 그림 같고, 그 제목이 그 제목 같지만 ‘금강산 12승경’은 다른 청전 그림과는 달리 유명한 절경을 그리고 있다. 12승경 하나하나, 아름답고 멋지지 않은 경치가 없었다. 나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금강산의 절경을 청전의 그림에서 즐길 수 있었다. 파스텔 톤의 부드럽고 맑은 빛깔과 물결 하나하나, 바위 결 하나하나에 이르는 작가의 세심함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청전의 작품전을 보고 나오니, 소정 변관식의 작품이 보고 싶어졌다. 양대 거장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고 싶어서이다. 아쉽게도 올해 6월~9월에 한국은행 박물관 개관 기념 전시가 있었다는 데 그것을 놓친 것이 너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