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입영 훈련을 마치고…
6167 변증현
나는 이번 2학기 방학을 굉장히 늦게 했다. 크리스마스도 지난 12월 27일 방학을 해서 얼마 되지 않아 새해를 맞이하고 또 얼마 안 있어 세 번째로 입영 훈련을 들어갔다. 워낙에 방학을 늦게 한지라, 훈련을 별로 생각을 못했지만 방학과 훈련사이 그 짧은 시간동안 훈련을 걱정하거나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지만 훈련 들어가기 바로 이틀 전, 갑자기 훈련이 걱정되었다. 집체 교육을 받을 때도 그러하지는 않았는데… 여하튼 다음날 훈련 들어갈 준비를 하다보니 더 이상 별 부담 없이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두 번째 동계 훈련이라 지난 기초 군사 훈련을 떠올리면서 목토시, 속장갑 등 방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 또 하계 훈련 때 필요하다고 느꼈던 물품들 까지 꼼꼼히 챙겨서 들어갔다.
학군교에 들어오니, 3학년들은 구막사를 쓰게 된 것을 알았다. 내무실에 와보니 관물 정리를 하는데 옷을 모두 접어서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불편했다. 세면장이 밖에 있긴 하지만 자리가 신막사보다 많아서 괜찮았다. 빨래도 가까이(복도) 널 수 있다는 것이 편리했다. 25년 된 이 구막사를 우리가 마지막으로 쓰는 것이었다.
입소식을 치룬 첫날, 우리 9중대는 교육 없이 개인 정비 시간이 주어졌다. 교육은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부터 독도법으로 시작되었다. 이론 교육 8시간은 졸립기도 했지만 그후 이틀간 이루어진 실습 교육은 흥미로웠다. 특히 하루 종일 표적을 찾아 헤매던 마지막 날이 가장 재미있었다. 야간까지 돌아다니느라 피곤하긴 했지만, 나침반과 지도만으로 표적을 찾는 것이 재미있어서 훈련 끝나고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까지 했었다. 다음 과목은 교수법이었다. 8시간 이론 교육을 받고 12시간동안 육성 지휘를 실습했다. 목청이 맘껏 트이지가 않아 애를 먹었다. 긴장해서 틀리기도 했었다. 그 다음 과목은 K201 유탄 발사기였다. 영화나 게임에서만 보던 유탄 발사기를 직접 분해조립을 하니 신기했다. 비록 목표물은 맞추지 못했지만 인상 깊은 수업이었다. 마지막으로 공수. 나는 하계 훈련 때에도 유격으로 끝나서 목이 망가진 상태로 퇴소했는데 이번 동계 훈련도 공수로 끝나서 2번 훈련 연속 가장 힘든 과목을 맨 마지막에 치루고 종합고사를 치뤘다. 첫날 모형탑에서 뛰어 내릴 때, 방탄모의 똑딱단추가 떨어져서 방탄모를 떨어트렸었다. 다음날 반창고로 똑딱단추를 동여매고, 붕대를 새로 감아서 준비한 결과 두 번째 강하는 잘 됐다. 그런데 교관님이 전날보다 많이 나아졌다면서 한 번 더 타게 하셨다. 그렇게 해서 혼자 두 번을 뛰어내리고 점심을 먹고 종합고사를 보았다. 틈틈이 자율학습시간마다 공부를 해서 무사히 시험 볼 수 있었다.
다음날 퇴소식을 치루고 학군교로 돌아와 퇴소 신고식을 하고 관물 정돈을 하고 그리운 집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별로 춥지를 않아 내복을 거의 입지 않고도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눈도 이틀짼가에 잠깐 살짝 내려서 가뿐하게 치웠다. 덕분에 훈련은 잘 받았지만 ‘혹한기’ 훈련은 못받았다. 어쩌면 지난 겨울, 기초 군사 훈련을 강추위와 폭설 속에서 받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겨울에 혹한기 훈련은 다 받은 것이 아닐까?
내무실 동기들이 모두 다 착하고 재미있어서 즐거웠다. 지난 하계 때는 경상도 애들이 많았는데 이번엔 전라도 친구들이 많았다. 이렇게 훈련 들어갈 때마다 팔도 친구들과 사귀게 되는 것이 우리 ROTC입영훈련의 또 다른 맛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