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공부방과 함께한 3개월.
공부방을 해보겠다고 처음 모였던 것이 10월 초였는데 벌써 해가 바뀌고 공부방을 시작한지 3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이루어 놓은 것도 없는데 별로 없는데 이렇게 시간이 흐른 것 같아서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저는 요즘도 지금까지 잘 했는지, 잘 하고 있는지, 이 길이 맞는 길인지 아직도 불안해하곤 합니다. 이럴 때 처음 시작할 때 마음을 다시 떠올려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봉사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양로원이나 고아원, 장애인 학교 같은 곳에 가서 봉사 활동을 하던데, 전 마음은 있어도 도무지 어떻게 시작해야할지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아는 분 소개로 강동구 야학을 알게 되어서 교사를 지원해봤지만 교사가 더 필요 없다고 해서 포기했었습니다. 올 여름, 친구를 통해 심현화 선생님을 알게 되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좋은 일을 하시는데 영어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전부터 봉사 활동을 하고 싶었고, 평소에 아이들을 좋아해서 ‘옳다구나, 기회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앞뒤 재지 않고 주제도 모르고(?) 뛰어 들었습니다.
뛰어들고 보니, 영어를 맡기는 했지만 제가 영어 전공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육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라 막막했습니다. 교재도 찾아봐야 했고, 교육 과정도 짜야했습니다. 한 마디로, 교과 연구가 안 돼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교보문고를 뒤져서 교재를 고르고, 제가 그동안 영어공부 해왔던 방법들을 떠올리며 교육 과정을 짜봤습니다. 주말이라는 한정된 시간을 이용해서 가르치려니 계획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더 어려운 것은 수업 진행이었습니다. 어떤 식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가르치냐 하는 것은 제가 이전에 배워보지 못한 것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의견을 존중해야 하지만, 때로는 피교육자로서 강제적으로라도 바른 길로 인도해야한다는 서로 다른 관점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친구 같은 편안한 선생님이냐, 엄하고 대쪽 같은 선생님이냐…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뜻밖에 주말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했었습니다. 수업시간은 얼마 안 될 지라도 오가는 시간까지 합치니 은근히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열심히 수업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해집니다. 보람이 느껴집니다. 체험 학습에 인솔해서 다녀오는 일은 힘들지만 견학문을 보면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생각에 절로 미소를 짓게 됩니다. 체험 학습은 제가 오랫동안 잊고 지낸 추억들을 다시 떠오르게 해주었습니다. 아이들과 체육을 하고 간식을 먹다 보면,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비록 이제 시작한지 3개월 째인 공부방이라 프로그램도 엉성하고 아이들도 적고 틀이 안 잡혀있긴 하지만, ‘우공이산’이라… 꾸준히, 열심히 하다보면 선생님/학생도 많아지고, 공부방도 더 커지고 더 단단해 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바위처럼, 처음처럼,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