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의 ‘토지’ 12권을 읽고…

p.40 아무리 교육을 받고 높은 지위에 있다하여도 비천함은 고쳐지지 않는 법이다. 그것은 인성이 나쁘다는 것이며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것이다.

p. 57 정신적 궁기는 생존하는 데 있어서 마지막 절벽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지요. … 민족반역자들은, 우리가 그네들의 적입니까? 대일본제국이 그네들의 동집니까? 대의명분이 없는 적과 동지가 있을 수 있습니까? 말하자면 기막힌 외톨이지요. 이들의 생존본능이 얼마나 비천한가를 설명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그러나 포악성만은 적의 유가 아닐 것이며 교활한 것 역시 적의 유가 아닐 것이며 정신적인 그 아무것도 지킬 것이 없는 자들이야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

p.64 민족의식이란 가지가지 낯판대기를 지닌 요물이야. 악도 되고 선도 되고 야심의 간판도 되고 약자를 희생시키는 찬송가도 되고…

p.109 늙는다는 것은 걸음 걸이에서 나타나는 법인데 운수의 일생, 뜨내기로서의 생애, 쇳덩이같이 다져진 다리만은 힘차게 땅을 밟고 간다. (혜관과 주갑)

p. 111 문은 무에 의하여 주살 당하고 무는 문에 의하여 쇠망하는 역사의 이치는 생과 사와 같이 인류와 더불어 영원히 끝이 없는 것인가.

p. 135 누가 조선민족을 두고 분열을 일삼는 민족이라 할 것인가. 사계, 오계에서 살아남을 사람들이 각기의 입지 조건에서 각기의 방법에 익숙해지는 것은 민족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오, 그것은 바로 역학적 결과일 따름이다. 또 그것은 일본을 위시한 열강의 죄악상인 것이다.

p. 170 자기 직능을 똑똑히 말 못할 만큼 자신이 없다면 그건 어딘가 잘못돼 있는 게야. 잘못 살고 있다는 얘기지.

4부 끝. 잠시 쉬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