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교육의 문제점과 대책




우리 나라 학생들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6년 내지는 10년 동안 영어 교육을 받는다.  이 정도로 오랫동안 한 과목을 배운다면, 그 과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오랫동안 영어 교육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영어를 쓰는 외국인과의 대화를 매우 어려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 TV 프로에서는 외국인을 시켜서 학생들에게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그 프로에 나오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유창하게 아니, 유창하지 않더라도 마음껏 대화를 나눈 학생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영어 실력을 검사하는 시험인 TOEFL 이나 TOEIC 점수를 볼 때, 우리 나라 학생들의 성적은 매우 낮은 순위에 올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들로 볼 때, 지금의 우리 나라 영어 교육은 크게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과연 지금의 영어 교육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또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우리 나라 영어 교육에 첫 번째 문제점은 시험 위주의 영어 교육이 행하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입시 전쟁이란 말로 대변되는 대학 입학 경쟁이 지금의 교육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우리 나라만의 특수성의 영향으로, 영어 교육이 외국어 능력을 학생들에게 함양시켜서 국제화, 세계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대학 입시를 위한, 점수를 받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밖에 인식되고 있지 않는 것에 현재 영어 교육의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이런 근시안적인 영어 교육으로 말미암아 영어를 10년이나 배우고도 말 한마디 못하는 대학생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영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Reading, Listening 위주의 해석 영어이다. 해석 영어는 말 그대로 남의 이야기를 읽고, 또는 듣고 그 뜻을 이해하는 ‘해석’ 위주의 영어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Speaking, Writing 위주의 작문 영어이다. 작문 영어도 말 그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을 하거나 씀으로써 남에게 정확하게 전달시키는 ‘작문’ 위주의 영어이다.


해석 영어와 작문 영어, 이 두 가지 영어는 서로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왜냐하면 두 명이 대화를 한다고 할 때,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작문 영어를 하는 것이고 듣는 사람은 해석 영어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고, 책이 있다고 할 때, 책을 쓴 사람은 작문 영어를 한 것이고 읽는 사람은 해석 영어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문 영어와 해석영어는 긴밀한 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두 가지 영어에 모두 능통해야만 ‘영어에 유창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시험 위주의 영어 교육은 해석 영어만을 강요한다. 우리 나라의 비정상적인 영어 교육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시험 위주의 영어 교육이다 보니 평가가 아무래도 큰 몫을 차지하게 된다. 해석 영어는 글을 주거나 또는 대화를 듣게 해서 올바로 이해했는지, 아닌 지만을 확인하면 평가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현재 대부분의 영어 시험이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작문 영어는 뚜렷한 평가 기준을 갖추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평가의 객관성이 보장되지를 않는다. 평가 기준이 뚜렷하다고 하더라도 작문 영어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일이기 때문에 채점하기가 매우 어렵다. 수능에도 말하기 문항이 있기는 하지만 객관식이기 때문에 작문 실력 향상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는 보통 한 교사가 현재 50여명의 학생을 데리고 수업을 한다. 그러다 보니 작문 영어 교육에서는 필수적인 ‘대화’가 이루어지지를 않는다. 따라서 작문 영어 실력이 늘어날 기회가 없다. 대신, 단순 주입식의 해석 영어 수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왜냐하면 해석 영어는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교사가 앞에 나가서 설명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해석 영어와 작문 영어 사이에 불균형이 초래되고 마침내는 들을 수만 있고 말 할 수는 없는 벙어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해석 영어를 열심히 해서 많은 단어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 단어들을 쓸 줄을 몰라서 허둥대는 것이 대부분의 요즘 학생들이다.


우리 나라 영어 교육의 두 번째 문제점은 일관된 교육 정책의 부재(不在)에 있다. 이번에는 이렇게 해보고, 이번에는 저렇게 해보고 하는 식으로 정책이 왔다 갔다 하니 학생들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힘들어 진다. 이번에 실시한 초등학교 영어 교육이 좋은 예이다. 사전에 충분한 의견 수렴도 하지 않은 채, 교육부 멋대로 실시하였고 실시하더라도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을 교사도 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제멋대로 강행된 초등학교 영어 교육은 많은 폐단을 낳았다. 우선 교사가 준비되어 있지가 않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거의가 30대 이후 여 선생님들인데 몇 년간 안 하던 영어가 방학 때 연수 조금 받는다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가 있는가? 영어 선생님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나이를 많이 드신 교사들인데… 그런 선생님 밑에서 배우는 학생은 영어 공부가 제대로 되겠는가? 오히려 흥미 감소라는 부작용만을 낳을 뿐이다. 결국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들은 학생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서투른 정책 결정과 성급한 시행이 어린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현재 우리 나라에 잘못된 영어 교육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우선, 반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 현재 한 선생님이 50명을 데리고서는 영어뿐만이 아니라 그 어떤 과목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 특히 작문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교사가 학생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며 잘못된 영어를 바로잡아 줄 수 있도록 한 반의 인원이 더더욱 줄어야 할 것이다. 또, 교사들의 실력을 향상 시켜야 할 것이다. 단순히 해석 영어만이 아니라 작문 영어까지도 가르칠 수 있는 실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앞으로의 수업 방식도 달라 져야 할 것이다. 단순 주입식이 아닌 토론, 대화식 수업이 이루어 져야 한다. 그리고 무분별한 Native Speaker의 교습은 피해야 할 것이다. 들이는 외화에 비해서 별로 효과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발음 교정 등 꼭 필요할 때만 교습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교육부의 일관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정책 결정 과정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하고도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21세기가 몇 해 안 남아 있다. 앞으로 올 21세기는 정보화 시대이다. 그 정보화 시대에 살아 남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우리는 외국어, 특히 영어 능력의 함양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이 점을 명심하고 올바른 정책을 수행할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