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 마을을 다녀와서


6167 변증현




2000년 5월. 왠지 학교 생활이 지루하고, 놀던 것도 싫증났다. 그래서 고등학교 친구 녀석 둘하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때마침 학교 축제기간이라 수업도 걱정이 안됐다. 그저 서울을 떠나는 것이 목표였으므로 목적지는 청량리역에서 결정하기로 하고 날짜와 시간, 준비물, 돈만 결정해서 모였다. 갈만한 데를 찾아봤지만 청량리역은 대부분 강원도 춘천행 열차였다. 청평, 가평, 강촌 M.T촌은 지겨운지라, 다른 도(道)행을 찾아 봤더니 ‘안동’행이 시간과 표 값이 적당하다 싶어서 안동으로 가기로 했다.




막상 도착해보니 도시 한가운데라, 서울을 떠나온 보람이 없었다. 이미 해는 져서 이동하기도 힘들 것 같아 굶주린 배를 채우고 여관을 잡았다. 생각보다는 싸게 잡았다. 여관에 들어와 보니 또 마땅히 할 게 없어, 밖으로 나갔다. 노래방에서 소리 좀 지르다가 게임방에서 게임도 좀 했다. 시세는 서울과 똑같았다. ‘비싸게 여관을 잡지 말고 게임방에서 밤을 샐 걸…’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술과 안주를 사 가지고 들어가 간단히 한 잔씩하고 다음 날을 위해 잠이 들었다.




다음날, 해가 중천에 다다를 때 즈음, 우리는 깨었다. 여관을 나와 갈 곳을 생각해보니 ‘안동’하면 ‘하회마을’ 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하회마을’에 가기로 했다. 교통 수단은? 당연히 도보였다. 시간도 많겠다, ‘안동 하회 마을’ 이니 그다지 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것은 착각이었다. 하회마을 가는 길은 기나긴 여정이었다. 산업용 도로인지 널다랗게 뚫린 길에는 트럭이 옆으로 쉥~쉥~ 지나갔다. 때는 5월. 날이 점점 더워지는 때인지라 아스팔트 길은 마치 초여름처럼 더웠다. 우리는 물에 준비한 소금까지 타 마셔가며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내 발이 고장 나고야 말았다. 물집이 잡힌 것이었다. 다행이 손님이 없는 병원이 길가에 있어서 마음씨 좋은 아저씨에게 공짜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물도 채우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다시 출발했다. 가는 길에 안동 과학 기술 대학(?)인가도 지나쳐왔다. 도무지 금방 나올 것만 같은 하회마을은 절대 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워낙에 늦게 출발한 터라, 입장 시간에 늦을 것 같아서 우리는 도보로 간다는 계획을 수정하여, 트럭을 얻어 타고 버스 정류장까지 간 다음에 버스를 타고 하회마을을 향했다. 그러나 이미 해는 뉘엿뉘엿 서산에 걸리고 있었으니… 우리는 하는 수 없이 하회마을 조금 앞에서 내려 하회마을을 휘돌아 가는 강물에 돌을 던지고 놀다가 ‘헛제사밥’이라는 먹거리도 먹어보고 숙소를 잡았다. 밤바람이나 쐴 겸 나와보니 ‘장승 마을’(?)인가하는 것이 있어서 장승 구경도하고 널도 뛰어보고 놀다가 숙소로 돌아와 ‘안동 소주’를 ‘감자전’과 ‘고기 산적’을 안주 삼아 깨끗하게 비우고 피곤한 하루를 마쳤다.




마지막 날, 약간 느지막히 일어나 하회마을 구경에 나섰다. 여기저기서 사진도 찍고… 출출해서 육개장도 사먹고… 구수한 인심이 젊은 나그네들을 반겼다. 여기저기 구경도 많이 하고… 마침 그 즈음이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방문 1주년인가로 전시 같은 것을 많이 했다. 서울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버스에 몸을 싣고 기차역으로 왔다. 그리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서울로 상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