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맹호도 – 김홍도, 호암미술관 소장

조선 범은 귀가 다부지게 작아 당찬 느낌을 주며 꼬리가 아주 굵고 길어서 천지를 휘두를 듯한 기개가 있습니다. 그리고 발이 소담스럽게 크지요. 이렇게 육중하면서도 동시에 민첩하고 유연해 보이는데 그 얼굴은 위엄이 도도하다는 느낌이지, 겉으로만 으르렁거리며 무섭게 보이는 여느 호랑이 그림과는 완연히 다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이 보는 호랑이 그림들은 뾰족한 바위 위에서 달빛을 받으며 어흥, 하고 입을 벌려 주홍빛 혓바닥과 날카로운 이빨들을 내보이는 그림이 많은데, 그건 일본식 그림입니다. 우리 식 그림이 아니에요!

일본 열도에는 호랑이가 없었습니다. 대신 원숭이가 많이 자생하지요.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호랑이란 그저 굉장히 무서운 집승이라는 정도로 그 인식이 옅고 천박했지만, 호랑이와 수만 년을 함께 살아왔던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에 대한 상념이 아주 깊었습니다. 그래서 표정을 이렇게 의젓하게 그렸지요! 마치 허랑방탕한 못난 자식을 혼쭐내는 엄한 아버지 같은 느낌입니다. 아니면 박지원 선생의 ‘호질(虎叱)’에 나오는, 썩어빠진 선비에게 호통을 치는 위엄있는 호랑이라고나 할까요?

–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솔 출판사 p.115~117에서 발췌.

전통적으로 호랑이는 영물이라 하여 산신님, 신령님이라고 불렀는데…
요즘 주변에 보이는 호랑이 그림들을 보니,(개인적으로 학교 그림들…ㅡ.ㅡ)
호랑이들이 다들 신경질적으로 인상쓰고 있는 듯해서 나도 덩달아 사나워 지는 듯하다.(특히 호랑이 박제)
더더군다나 그것이 일제시대 잔재라고 한다면 더더욱 거부감이든다.

빈 깡통이 요란하다고 하는데, 정말 강한 자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

다 새로 바꿨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그 많은 걸 언제… 어떻게… ㅡ.ㅡ;